아름답고 아름다운 지리산 중턱의 산장에서 마음과 몸을 충전하며,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리산을 덮고 있는 회색빛 구름과 어렴풋이 보이는 산자락은 한폭의 수목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오락가락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스님이 권해주신 책을 읽으며 평온함을 즐기는동안 지리산봉우리가 서서히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
일기 예보를 보고 비소식이 없는것 같아 흩어진 장비와 비상식량 등을 가방에 쑤셔 넣고 산장을 나선다.
이렇게 아름다운곳을 떠날려하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물쌀이 엄청 쌔다.
달리는 물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 한다.
나도 수영을 못해서 물을 무서워 한다.
그래서 둘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주가끔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 반갑다. 마을을 지나도 사람들은 거의 없고 변두리 국도길이라서 그런지 차들도 없다.
그저 달리와 나의 그림자만 있을뿐~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야영장소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
정자가 있으면 모기장만 치고 잘수 있고, 공중화장실이 있으면 충전과 샤워를 할 수 있기때문에 최적의 야영장소는 공중화장실과 정자가 같이 있는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소를 찾기가 상당히 힘들다.
다음날 남원으로 가는 중 고갯길을 넘다 마을의 작은 버류정류장에서 쉬고 있는데, 그런데~
천둥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부랴부랴 돗자리로 짐과 달리를 감싸지만 역부족!
물에 빠진 생쥐꼴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밤새도록 내리지 않는가!
아~ 춥고 배고프고 허리 아프고 이게 먼 고생이냐!이라는 생각만 몇백번 한거 같았다.
아침이 밝아 올때 쯤 폭우는 물러가고 추위와 배고픔과 서러움이 찾아오자 이것이 나의 한계라는 생각과 포기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던 순간 달리가 길을 향해 목줄을 당기고 있었다.
그래 달리도 하는데 내가 못하랴! 못할꺼 같나! 라는 오기가 갑자기 용솟음 쳤다.
그렇게 긴여정의 한고비를 넘기고 남원으로 향했다.
주변 정자에서 옷도 갈아 입고 젖은 물건과 옷을 말리며, 매정했던 하늘을 보다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깨어 옷을 확인 하고 물건을 챙기고 있는데 무진장 덥고 습하다.
장마가 지나가고 역대 2번째 무더위 시작을 알리는 신호 였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둠!
도착한 마을에서 잘곳을 찾다 발견한 아주 멋진 정자!
언뜻 보기에 집인줄 알았는데 알리미늄샤시를 입은 정자였다.
부푼마음을 안고 정자에서 가벼운 옷차림에 장기를 두고 계신 어르신에게 인사드리고 사정을 말씀드리니 자고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고생 끝에 낙이 온건가요?
짐을 풀고 땀에 젖은 옷을 들고 정자 뒤 수돗가에서 빨래도했다. 시원한물에 홀딱 벗고 샤워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가끔 지나가서 포기하고 주변 마을회관에 찾아가서 허락받고 샤워를 했다. 모든것을 해결한 뿌듯함과 경치좋은 곳에서 머물수 있는 행복감이 넘치고 있지만, 언제나 밀려오는 배고품에 챙겨둔 비상식량을 먹는다.
아침부터 따가운 햇볕!
덥다!
점심 라면을 끓였는데 더위에 도저히 안넘어 간다.
대지를 달구는 땡볕!
이제는 낮에는 걸을 수 없는거 같다.
해가 떨어지자 서둘러 걸어걸어 남원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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